수박 한 통과 어머니

Story 2007.05.31 22:50

저는 수박을 무척 좋아한답니다. 특히 얼음 넣어서 만들어 먹는 수박 화채나 수박 쥬스를 아주 좋아해요. 어제 퇴근 길에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집을 지나쳐 시장에서 내린 후 사람 머리 만한 수박 한 통을 샀습니다.

 

저희 집은 고개(언덕) 위에 있습니다.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은 저희 집과 거의 수평선상에 위치하고 가깝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, 시장은 언덕 밑에 있어서 시장 한번 가려면 무척 힘들답니다. 특히 요즘처럼 더울 때는 더더욱 말이죠.

 

살 때는 '좀 무거운걸' 하고 생각했는데, 그걸 들고 언덕을 오르는데 손이 저리고 어깨가 아프고 정말 힘들더라고요. 그때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.

 

제가 수박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박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수박을 사주셨거든요. 그런데, 늘 먹을 때마다 수박 맛있다는 생각만 했지 어머니가 그걸 힘겹게 들고 집까지 언덕을 올라오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.

 

힘들어도 못난 자식놈 수박 먹고 좋아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 그 힘든 길을 올라오셨구나 라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. 누나가 출산해서 지금 누나네 집에 계신 어머니께 한 손에 수박을 들고 전화를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더군요. 평소에 전화도 제대로 안 하는 자식이 전화를 드렸으니 말이죠.

 

수박 한 통을 들고 집에 가면서 지지리도 못난 놈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. 그리고, 수박은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. 어머니가 해주신 수박과는 비교도 안되더군요.

 

수박 한 통의 무게를 어머니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박 때문에 근래 부쩍 할머니처럼 변해 버린 어머니가 그리웠습니다. 앞으로 잘해야죠.

 

지금 어머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건 어떨까요? 무척 좋아하실 거에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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